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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회의 입법 절차

Legislative Process in Korean National Assemb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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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9
목차 (4개 섹션)

2023년 3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 중 한 건은 발의부터 통과까지 무려 4년 7개월이 걸렸다. 반면 같은 해 어떤 법안은 발의 후 보름 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국회, 같은 절차인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를 알려면 한국 입법 과정의 구조부터 뜯어봐야 한다.

법안은 누가 만드는가

법률안을 국회에 낼 수 있는 주체는 두 갈래다. 국회의원 10인 이상이 뜻을 모으면 의원발의가 가능하고, 정부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정부발의 법안을 낼 수 있다. 21대 국회(2020~2024)만 놓고 보면 의원발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통계상 매 국회마다 발의 법안의 90% 안팎이 의원발의였는데, 문제는 가결률이다. 정부발의 법안의 가결률은 통상 의원발의보다 훨씬 높다. 정부 부처가 오랜 준비와 부처 간 협의를 거쳐 법안을 다듬어 내는 반면, 의원발의는 정치적 메시지 성격의 법안이나 이해관계자 입법 청탁성 법안이 섞여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 때문에 국회 안팎에서는 "의원발의 남발"이 국회 생산성 통계를 왜곡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

상임위원회라는 첫 관문

법안이 국회에 접수되면 국회의장이 이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한다. 기획재정위, 행정안전위, 법제사법위 등 17개 상임위 중 법안의 성격에 맞는 곳으로 넘어가는데, 여기서부터가 진짜 싸움이다.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축조심의(조문 하나하나를 읽어가며 심의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여야 간 이견이 크면 이 단계에서 몇 년씩 계류되는 일이 흔하다. 대표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은 2020년 발의부터 실제 통과까지 여러 정기국회를 거쳤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극심한 이견 속에 수십 차례 수정안이 오갔다.

법사위는 특히 논란의 대상이다. 다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라도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야 본회의로 갈 수 있는데, 이 권한이 사실상 '상원'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여야 의석 구도에 따라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매 국회 초반 반복되는 이유다.

본회의, 그리고 필리버스터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법사위 체계자구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이면 가결이다. 그런데 여야 대치가 극한으로 치달으면 무제한 토론, 이른바 필리버스터가 등장한다. 2019년 선거법 개정 국면에서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맞섰고, 2016년에는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192시간 넘는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이라는 마지막 변수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정부로 이송되고, 대통령이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거부된 법안이 국회로 돌아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재의결된다. 2023~2024년 사이 양곡관리법 개정안, 방송3법 등 여러 법안이 거부권 행사와 재의결 실패를 반복하며 정치적 공방의 중심에 섰다. 이 과정은 단순한 법 조문의 문제가 아니라 여소야대 국면에서 행정부와 입법부 간 힘의 균형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소비되곤 한다.

결국 하나의 법률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발의, 상임위, 법사위, 본회의, 정부 이송이라는 다섯 단계를 통과해야 하고, 각 단계마다 정치적 셈법이 개입한다. 절차 자체는 국회법에 명시돼 있지만, 실제 운영은 그때그때의 여야 의석 구도와 정치 지형에 따라 완전히 다른 속도와 결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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