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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와 한반도 기후 변화

El Niño and Korean Peninsula Climate Change

202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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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가을, 기상청이 "역대급 엘니뇨"를 예보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그해 겨울 서울의 12월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2도 가까이 높았고, 이듬해 여름 장마는 예년보다 열흘 가까이 늦게 시작됐다. 태평양 적도 부근 바닷물 온도가 몇 도 오르내리는 현상이 어떻게 한반도 날씨를 이렇게까지 흔들어놓을 수 있는지, 그 연결고리를 따라가 보면 지구 기후 시스템이 얼마나 촘촘히 얽혀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엘니뇨는 남미 페루·에콰도르 앞바다에서 몇 년에 한 번씩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넘게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름은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라는 뜻인데, 크리스마스 무렵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페루 어부들이 붙인 이름이다. 반대로 수온이 낮아지면 라니냐라고 부른다. 기상청과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니뇨 3.4구역이라는 특정 해역의 해수면 온도 편차를 기준으로 엘니뇨·라니냐를 공식 판정한다.

한반도가 이 현상에 영향을 받는 경로는 직접적이지 않고 대기 원격상관(teleconnection)이라는 간접 경로를 탄다. 적도 태평양 해수온이 오르면 그 위 대류 활동이 강해지고, 이게 대기 상층의 제트기류 흐름을 바꾸면서 동아시아 몬순 패턴 전체가 재배치된다. 국립기상과학원 분석에 따르면 엘니뇨 발달기(여름~가을)에는 북태평양고기압 확장이 지연되면서 장마전선이 예년보다 오래 정체하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겨울철에는 시베리아고기압이 약화돼 한파 강도가 완화되는 패턴이 통계적으로 나타난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경향'이지 법칙은 아니다. 2009-2010년 겨울처럼 엘니뇨 시기인데도 한반도에 기록적 한파와 폭설이 몰아친 예외 사례도 있어서, 학계에서도 엘니뇨-한반도 겨울철 상관관계는 여름철만큼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더 논쟁적인 지점은 엘니뇨 발생 빈도와 강도 자체가 지구온난화로 바뀌고 있느냐는 문제다. IPCC 6차 평가보고서는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강한 엘니뇨·라니냐 사건의 발생 빈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likely)고 평가했지만, 개별 엘니뇨 사건의 강도 변화까지 온난화 탓으로 못박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함께 담았다. 즉 "엘니뇨가 기후변화 때문에 세졌다"는 단정은 과학적으로 아직 조심스러운 영역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2023-2024년 엘니뇨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점, 그리고 그 여파가 한반도의 이상고온·집중호우 패턴과 겹쳐 나타났다는 점은 기상청 통계로도 확인된다. 결국 엘니뇨는 한반도 기후를 '결정'하기보다 이미 진행 중인 온난화 추세 위에 변동성을 얹어 극단적 계절을 더 자주, 더 세게 만드는 증폭기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게 현재 기후과학계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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