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Lytton) 마을의 기온이 49.6°C를 찍었다. 캐나다 역대 최고 기온이었고, 사흘 뒤 마을의 90%가 산불로 소실됐다. 같은 해 겨울, 미국 텍사스주는 영하 18°C 이하의 한파로 전력망이 마비되며 250명 이상이 사망했다. 두 사건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하나의 공통된 질문을 남겼다. "우리는 지금 사는 방식으로 계속 살 수 있는가?"
기후 이탈의 가속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15~2024년은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10년으로 기록됐다. 2023년 7월 3일 전 지구 평균 기온은 17.08°C로, 1940년 기상 위성 자료 수집 이래 단일 날짜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기상청이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보고서 2020」은 한반도 연평균 기온이 100년간 1.8°C 상승했다고 밝혔으며, 폭염 일수(33°C 이상)는 2010년대 들어 1970~80년대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단순히 덥거나 춥다는 것이 아니다. 기온의 진폭이 커지는 것, 즉 '극단성(extremity)'의 증가다. 과거에는 10년에 한 번 올 이상 고온이 이제 2~3년마다 반복되는 구조가 됐다.
냉방 수요의 폭발적 증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에어컨 보급 대수가 현재 20억 대에서 56억 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수요의 상당 부분은 아시아다. 인도는 2022년 에어컨 출하량이 전년 대비 35% 급증했고, 인도네시아·베트남·방글라데시도 연평균 10%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시장도 재편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에어컨 사업부 매출은 2018년 대비 2023년 각각 약 40%, 55% 성장했다. 특히 LG전자의 HVAC(냉난방공조) B2B 부문은 2023년 기준 연 매출 7조 원을 넘어섰다.
에너지 역설과 시스템 과부하
냉방 수요 증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에어컨이 실내를 식히는 동안 실외기는 열을 도시로 방출하고, 이 '도시열섬 효과'는 기온을 더 높여 냉방 수요를 또 끌어올린다. EPA 연구에 따르면 미국 대도시 여름 기온은 주변 농촌 대비 최대 7°C 높을 수 있으며, 이 격차는 냉방 보급이 늘수록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전력망의 취약성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22년 8월 캘리포니아주는 기온 43°C를 기록하며 긴급 절전령을 발령했다. 태양광·풍력이 전력 믹스의 33%를 넘었지만, 일몰 후 냉방 수요 피크를 감당할 저장 인프라가 부족했다. 같은 해 한국도 8월 최대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치인 9,385만 kW를 기록하며 예비전력률이 위험 수위로 떨어졌다.
난방 시장의 구조 전환
냉방만이 아니다. 난방 시장도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022년 2월) 이후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려는 목적과 기후 정책이 맞물리며 히트펌프(열펌프)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유럽 히트펌프협회(EHPA)에 따르면 2022년 유럽 히트펌프 판매량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약 300만 대였다. 독일은 2024년부터 신규 건물에 화석연료 보일러 설치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했다(일부 수정됨).
한국에서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2025년까지 히트펌프 기반 공급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는 계획을 발표했고, 경동나비엔·귀뚜라미 등 국내 보일러 업체들도 히트펌프 라인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술 경쟁과 냉매 전환
냉난방 산업 내부에서는 또 다른 전환이 진행 중이다. 기존 에어컨·냉장고에 사용되던 HFC(수소불화탄소) 냉매는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수천 배 강력한 온실가스다. 2016년 키갈리 협약으로 HFC를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합의했고, 업계는 GWP(지구온난화지수)가 낮은 HFO 계열 냉매나 자연냉매(CO₂·암모니아·프로판)로 전환 중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까지 전 제품 라인에서 R32 냉매(GWP 675, 기존 R410A 대비 약 3분의 1)로 교체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다이킨·캐리어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GWP 4 이하의 R290(프로판) 기반 제품을 유럽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적응 경제의 부상과 그 이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냉난방 산업의 성장은 '적응 경제(adaptation economy)'의 대표 사례다. 골드만삭스는 2023년 보고서에서 기후 적응 관련 인프라 투자 시장이 2030년까지 연 2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냉난방은 그 중심축이다.
그러나 이 성장에는 불평등의 그림자가 있다. 기후 취약 지역일수록 에어컨을 살 경제적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방글라데시, 사헬 지대, 동남아시아 농촌 지역의 저소득 인구는 기온 상승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지만 냉방 기기 보급률은 5% 미만에 머문다. 냉방이 '생존 필수재'가 되는 세계에서, 그것을 누가 소유할 수 있는지는 단순한 시장 문제가 아니라 기후 정의(climate justice)의 문제다.
극한 기후와 냉난방 산업의 성장
요즘 여름이 예전과 다르다고 느낀 적 있어? 2024년 여름, 서울은 33°C 이상인 날이 30일을 넘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한 해 평균 7~8일 수준이었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우리가 시원하게 또는 따뜻하게 지내는 방법을 만드는 산업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왜 이렇게 더워진 걸까
원인은 기후변화다. 석유·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나오고, 이 가스가 지구를 감싸서 태양 열이 잘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든다. 온실 유리처럼 열을 가두는 원리라서 '온실효과'라고 부른다.
그 결과로 전 세계 기온이 올라가는데, 단지 평균 기온만 오르는 게 아니다. 폭염·한파·대홍수처럼 극단적인 날씨가 훨씬 자주 오게 된다. 2021년에는 캐나다처럼 서늘한 나라에서 49.6°C가 기록됐고, 같은 해 겨울 미국 텍사스에선 영하 18°C 한파로 250명이 숨졌다.
에어컨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
기온이 오르면 당연히 에어컨 수요가 폭발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이면 전 세계 에어컨 대수가 지금의 두 배 이상인 56억 대가 될 거라고 전망한다. 특히 인도나 동남아시아처럼 원래도 덥고 경제도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인도는 2022년에만 에어컨 판매가 전년보다 35%나 늘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LG전자의 냉난방 사업 부문 매출은 5년 새 50% 이상 커졌다.
에어컨이 더위를 만든다는 역설
흥미롭고도 무서운 사실이 있다. 에어컨은 방 안을 시원하게 해주지만, 실외기는 뜨거운 바람을 밖으로 뿜어낸다. 에어컨이 많아질수록 도시가 더 뜨거워지고, 더 뜨거워지면 에어컨이 더 필요해진다. 이걸 악순환이라고 한다. 실제로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대도시는 주변 시골보다 여름에 최대 7°C나 더 덥다.
또, 에어컨이 한꺼번에 켜지면 전기가 엄청나게 필요해진다. 2022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43°C 폭염에 전기가 부족해지자 긴급절전령을 내렸다. 한국도 같은 해 8월 최대 전력 사용량이 역대 최고를 찍었다.
히트펌프 — 난방도 바뀐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 방식도 변하고 있다. 예전엔 가스보일러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히트펌프'라는 기술이 주목받는다.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에서 열을 뽑아 실내로 보내는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이 훨씬 높다. 유럽에서는 2022년에만 히트펌프가 300만 대 팔렸는데, 이건 전년보다 38% 늘어난 수치다.
이 성장이 모두에게 좋은 건 아니다
냉난방 산업이 커지는 건 사실이지만, 걱정스러운 면도 있다. 가장 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오히려 에어컨을 살 돈이 없는 경우가 많다. 방글라데시나 아프리카 일부 지역은 기온이 가장 빠르게 오르는 곳이지만, 에어컨 보급률은 5%도 안 된다. 또 에어컨에 쓰이는 냉매 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수천 배나 강력한 온실가스여서, 기후변화를 더 심하게 만들 수 있다.
기후가 바뀌면서 냉난방 기술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 문제가 됐다. 그리고 그 기술을 더 친환경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다.
극한 기후와 냉난방 산업의 성장
여름에 에어컨 없이 잠든 적 있어? 요즘은 밤에도 너무 더워서 에어컨 없이는 정말 힘들지. 그런데 세계 곳곳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더하거나 훨씬 추운 날씨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그래서 사람들이 시원하거나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는 기계들이 점점 더 많이 팔리고 있어.
날씨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어
지구가 조금씩 뜨거워지고 있다는 건 들어봤지? 자동차나 공장에서 나오는 매연이 지구를 마치 두꺼운 이불로 감싸는 것처럼 만들어서, 열이 밖으로 잘 빠져나가지 못하게 돼.
그러면 그냥 조금 더 더워지는 게 아니야. 아주아주 더운 날과 아주아주 추운 날이 예전보다 훨씬 자주 오게 돼. 2021년에는 캐나다에서 49°C가 넘는 날씨가 기록됐어. 캐나다는 원래 춥기로 유명한 나라인데! 한국도 2024년 여름에 33°C 이상인 날이 한 달이 넘었어.
에어컨이 엄청나게 많아지고 있어
날씨가 더워지면 당연히 에어컨이 더 많이 필요하겠지? 지금 전 세계에 에어컨이 20억 대 있는데, 2050년이 되면 56억 대가 될 거래. 그게 얼마나 많은 거냐면, 지구에 사는 사람이 80억 명쯤 되니까 거의 사람 두 명당 에어컨 하나꼴이야.
우리나라 LG전자나 삼성전자도 에어컨을 만들어서 파는 회사인데, 요즘 에어컨 사업이 몇 년 새 엄청나게 커졌어.
에어컨의 비밀 — 바깥은 더 더워진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 에어컨이 방 안을 시원하게 해줄 때, 뜨거운 바람은 어디로 갈까? 바로 밖으로! 에어컨 실외기에서 뜨거운 바람이 계속 나오잖아. 그러면 도시 전체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더 더워지니까 에어컨을 더 세게 틀게 되고... 마치 쳇바퀴 돌 듯이 계속 반복되는 거야.
그래서 과학자들은 더 영리한 방법을 찾고 있어. 전기를 훨씬 적게 쓰면서도 시원하거나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히트펌프'라는 기계가 그 예야. 냉장고가 안을 차갑게 하면서 뒤쪽에서 열을 내보내는 것처럼, 히트펌프는 바깥 공기에서 따뜻한 기운을 뽑아서 집 안으로 넣어줘.
모두가 시원하게 지낼 수 있을까
슬픈 사실도 있어. 날씨가 가장 더운 나라들, 예를 들어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에 사는 아이들은 에어컨을 살 돈이 없어. 그 아이들이 가장 더운 곳에 살면서도 에어컨 없이 지내야 해.
그래서 어른들은 지금 두 가지 숙제를 풀어야 해. 하나는 지구가 더 뜨거워지지 않도록 매연을 줄이는 것. 다른 하나는 가난한 나라의 친구들도 더위를 피할 수 있게 더 싸고 좋은 냉방 기술을 만드는 것. 네가 어른이 되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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