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대동강구역 어느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인트라네트"라 부르는 국가망에 접속해 뉴스를 읽고 물건을 주문한다. 화면은 스마트폰처럼 생겼고 손가락으로 스와이프도 되지만, 이 기기로는 구글도, 유튜브도, 카카오톡도 열리지 않는다. 북한의 정보통신은 이렇게 "겉모습은 현대적이나 내용은 철저히 격리된" 독특한 형태로 자라왔다.
북한이 자체 인트라넷 '광명망'을 구축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지만,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계기는 2013년 태블릿 '삼지연' 시리즈의 등장이었다. 이후 '아리랑', '평양', '진달래' 등 국산 브랜드 스마트폰이 잇달아 출시됐고, 2019년 기준 북한 내 이동전화 가입자는 6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38노스(38 North) 등 외부 기관은 추산한다. 인구 2,600만 명 중 약 4분의 1이 휴대전화를 쓰는 셈이다. 다만 이 수치는 북한 당국이 공식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위성사진 분석, 탈북민 증언, 중국 이집트 합작사 오라스콤(Orascom Telecom)의 사업보고서 등을 짜맞춘 추정치라는 한계가 있다.
이동통신망 자체는 2008년 이집트 오라스콤과 북한 조선체신회사의 합작으로 설립된 '고려링크'가 사실상 독점 운영해왔다. 오라스콤은 2015년 회계보고서에서 고려링크 관련 자산을 사실상 회수 불가능한 것으로 처리했는데, 이는 북한이 외화 송금을 막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후 국영 이동통신사 '강성네트'가 별도로 운영되며 2위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기술 도입의 핵심 특징은 '분리'다. 내부망 광명망과 국제인터넷은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고, 인터넷 접속 권한은 김일성종합대학 등 극소수 특권 기관·간부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스마트폰에는 검열 소프트웨어가 기본 탑재돼 남한 영상물의 파일명이나 자막 패턴을 자동 인식해 삭제하거나 사용자를 신고하는 기능까지 갖췄다는 것이 탈북민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미국 북한 전문매체 NK프로(NK Pro)와 노스코리아테크(North Korea Tech) 운영자 마틴 윌리엄스(Martyn Williams)는 이런 감시 기능을 실제 기기를 입수해 분석한 보고서로 여러 차례 공개한 바 있다.
한편 사이버 역량은 정반대로 대외 지향적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2019~2023년 보고서에서 '라자루스 그룹' 등 북한 연계 해킹 조직이 탈취한 가상자산 규모를 수십억 달러 단위로 추산했다. 2022년 3월 발생한 '로닌 네트워크' 해킹(약 6억 2천만 달러 피해)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미국 재무부와 FBI는 이를 공식적으로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조직 소행으로 지목했다. 내부 통신은 극도로 폐쇄하면서 대외 사이버 공격 역량은 국가적으로 육성한다는 이중 구조가 북한 ICT 정책의 가장 두드러진 모순이다.
최근에는 정보통신 기술이 통제 강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이후 스마트폰 내 불법 콘텐츠 탐지 기능이 한층 정교해졌고, 국경 지역에는 중국 이동통신 전파를 탐지하는 장비가 배치돼 밀수입 휴대전화 사용을 추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북한에서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주민 편의 확대가 아니라, 통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렴해온 셈이다.
북한 사람들도 스마트폰을 쓴다고 하면 다들 놀란다. 실제로 북한에는 '평양', '진달래', '아리랑' 같은 이름의 국산 스마트폰이 있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밀어 넘기는 기능도 있다. 그런데 이 폰으로는 우리가 아는 인터넷을 쓸 수 없다. 대신 '광명망'이라는 국가 전용 내부망에만 연결된다. 쉽게 말해 세상과 연결된 인터넷이 아니라, 담장을 두른 마당 안에서만 돌아가는 컴퓨터망인 셈이다.
2019년 기준으로 북한에서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은 약 6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인구 4명 중 1명꼴이다. 이 숫자는 북한이 직접 발표한 게 아니라, 탈북민 인터뷰나 위성사진, 외국 통신회사의 사업 보고서를 통해 외부 전문가들이 짜맞춘 추정치다. 실제 이동통신망은 2008년 이집트 회사 오라스콤과 북한이 함께 세운 '고려링크'가 오랫동안 거의 독점하다시피 운영해왔다.
여기서 중요한 건 왜 이렇게 되었냐는 점이다. 북한 정부 입장에서 인터넷은 정보가 자유롭게 오가는 통로다. 하지만 북한 체제는 바깥세상 소식, 특히 한국 드라마나 케이팝 같은 콘텐츠가 퍼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그래서 스마트폰 안에 남한 영상 파일을 자동으로 찾아내 지우거나 신고하는 감시 프로그램을 아예 기본으로 깔아놓는다는 증언이 여러 차례 나왔다. 미국의 북한 IT 전문 연구자 마틴 윌리엄스는 실제 기기를 입수해 이런 감시 기능을 여러 번 확인해 보고서로 공개하기도 했다.
재밌는 건 이렇게 내부적으로는 인터넷을 꽁꽁 막아놓으면서, 밖으로는 해킹 실력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유엔 전문가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라자루스 그룹'이라는 북한 관련 해킹 조직이 2022년 한 해에만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에서 6억 달러가 넘는 돈을 훔친 사건이 있었다. 미국 정부는 이를 북한 정찰총국이 배후라고 공식 발표했다. 정보를 안으로 들여오는 건 막으면서 밖에서 돈과 정보를 빼오는 기술은 국가 차원에서 키운다는 게 북한 ICT의 독특한 이중성이다.
결국 북한의 스마트폰과 인터넷 이야기는 단순한 기술 발전 이야기가 아니라, 기술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쓰느냐가 얼마나 다른 결과를 만드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북한에도 스마트폰이 있을까? 정답은 "있다"이다. 이름도 '평양', '진달래' 같은 예쁜 이름을 가진 북한산 스마트폰이 실제로 팔리고 있다.
그런데 이 스마트폰은 우리가 쓰는 것과 크게 다르다. 우리 스마트폰은 인터넷에 연결돼서 전 세계 어디에 있는 정보든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스마트폰은 '광명망'이라는 나라 안에서만 도는 특별한 통신망에만 연결된다. 비유하자면 우리 인터넷은 온 세상으로 뚫린 큰 도로 같은 거고, 북한의 광명망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놀이터 안에서만 다니는 작은 길 같은 거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이 있다. 이 스마트폰 안에는 감시 프로그램이 들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만약 몰래 한국 드라마나 노래 파일을 폰에 넣으면, 그걸 자동으로 찾아내서 지우거나 나라에 알린다는 것이다. 마치 선생님이 몰래 만화책을 숨겨서 가져온 걸 자동으로 찾아내는 로봇을 학교 가방마다 심어놓은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재미있는 사실도 있다. 북한은 안에서는 인터넷을 이렇게 꽁꽁 막아놓지만, 바깥 나라의 컴퓨터를 해킹하는 실력은 아주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2022년에는 북한과 관련된 해킹팀이 외국의 가상자산(디지털 돈) 사이트에서 우리 돈으로 수천억 원어치를 몰래 훔쳐간 사건도 있었다. 안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막으면서, 밖에 있는 정보나 돈은 몰래 가져오는 기술만 열심히 키운 셈이다.
이렇게 북한의 스마트폰과 인터넷 이야기를 보면, 같은 기술이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아주 다른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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