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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제도 개혁과 주거 불안정 해결

Korean Jeonse System Re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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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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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인천의 한 오피스텔에서 세입자 이모 씨(34)는 계약 만료를 두 달 앞두고 집주인의 잠적 소식을 들었다. 전세보증금 1억 8천만 원 중 보증보험으로 돌려받은 건 절반뿐이었다. 이런 사례가 특별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국토교통부 집계로 2025년 한 해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금액은 4조 3천억 원을 넘었고,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전세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주거 계약 방식이다. 세입자가 집값의 60~80%에 달하는 목돈을 집주인에게 맡기고 그 돈의 운용 수익(혹은 활용)을 월세 대신 받는 구조로, 집주인 입장에서는 무이자 대출을 받는 셈이고 세입자 입장에서는 월세 부담 없이 목돈을 굴리는 셈이었다. 1970년대 산업화 시기 은행 대출이 어렵던 임대인들이 자금을 조달하던 방식에서 출발해 반세기 넘게 한국 주거 시장의 근간이 됐다.

문제는 이 구조가 근본적으로 레버리지에 의존한다는 데 있다. 집주인은 전세금을 받아 또 다른 집을 사는 '갭투자'로 몸집을 불리고, 집값이 오를 때는 문제가 없지만 하락기에는 세입자의 보증금이 집값을 넘어서는 이른바 '깡통전세'가 속출한다. 2022~2023년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에서만 피해자가 3천 명을 넘었고,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도 다수 나왔다는 사실이 이 제도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정부는 2023년 전세사기특별법을 제정하고 2024년에는 임대인 등록 의무화, 전세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확대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시행 2년이 지난 지금도 논쟁은 계속된다. 보증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70%대에 머물러 있고, 보험사인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떠안은 대위변제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공사 자체의 재무 건전성이 흔들린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아예 전세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월세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반대편에서는 목돈 마련이 어려운 청년·신혼부부에게 전세가 사실상 유일한 주거 사다리라며 반박한다.

2026년 들어 논의되는 대안은 '전세금 반환보증 전면 의무화'와 '임대인 보증금 예치제'다. 후자는 집주인이 받은 보증금 일부를 별도 계좌에 예치해 함부로 인출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독일의 임대보증금 신탁 제도를 참고한 것이다. 다만 임대인 단체는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어 국회 통과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결국 전세제도 개혁은 단순한 법 개정 문제가 아니라 '누가 주거 불안정의 위험을 떠안을 것인가'를 둘러싼 세대 간, 계층 간 힘겨루기의 성격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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