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미국 콜로라도의 한 병원에서 겸상적혈구빈혈증을 앓던 열두 살 소녀가 CRISPR로 편집된 자신의 골수세포를 다시 주입받았다. 6개월 뒤 그녀는 태어나 처음으로 수혈 없이 겨울을 났다. 이 사례는 2023년 12월 미국 FDA가 카스제비(Casgevy)라는 이름으로 정식 승인한 유전자 편집 치료제의 임상 성공 스토리 중 하나로 남았다. 그러나 같은 기술이 불과 5년 전에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2018년 11월, 중국 남방과기대의 허젠쿠이 교수는 HIV 저항성을 부여하겠다며 인간 배아의 CCR5 유전자를 CRISPR-Cas9으로 편집했고, 그렇게 태어난 쌍둥이 자매 루루와 나나는 세계 최초의 '유전자 편집 아기'가 되었다. 국제 학계는 즉각 규탄했다. 배아 편집은 당사자의 동의를 구할 수 없는 존재에게 영구적이고 유전 가능한 변형을 가하는 행위이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것이 핵심 비판이었다. 허젠쿠이는 2019년 중국 법원에서 불법 의료행위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고, 2022년 출소 후에도 그의 실험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건강 상태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두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유전자 기술의 근본적인 경계선이다. 생명윤리학에서는 이를 '체세포 편집'과 '생식세포(배아) 편집'으로 구분한다. 체세포 편집은 이미 태어난 개인의 특정 세포(혈액, 근육, 신경 등)만 고쳐 그 사람 대에서 효과가 끝나고 후손에게 유전되지 않는다. 반면 생식세포 편집은 정자, 난자, 배아 단계에서 이뤄져 그 변형이 대대손손 유전된다. 카스제비는 전자, 허젠쿠이의 실험은 후자다. 현재 전 세계 70여 개국이 생식세포 편집을 법으로 금지하거나 사실상 금지하고 있으며, 한국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 제47조에서 배아 유전자 치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기술이 점점 저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3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 완성에는 13년과 약 30억 달러가 들었지만, 2024년 기준 개인 전장유전체 분석은 200달러 안팎이면 가능하다. CRISPR 키트는 실험실 물품 판매 사이트에서 수백 달러에 거래되며, 미국의 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자신의 몸에 직접 유전자 편집을 시도해 생중계한 사례(2017년, 조사이아 재이너)까지 있었다. 규제가 기술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른바 '펄레톤 문제(peloton problem)'가 생명윤리 논쟁의 새 화두로 떠올랐다.
또 다른 축은 '치료'와 '향상'의 구분이다. 겸상적혈구빈혈증처럼 명백한 질병을 고치는 것은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를 얻고 있지만, 키·근육량·인지능력처럼 질병이 아닌 형질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전혀 다른 문제다. 부유층만 우수 형질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다면 이는 유전적 계급사회, 이른바 '가타카(GATTACA)'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1997년 동명 영화가 그린 미래가 공상과학이 아니라 정책 설계의 실패 시나리오로 재조명되는 이유다.
착상 전 유전자 진단(PGD) 역시 논쟁적이다. 체외수정 배아 중 특정 질환 유전자가 없는 배아만 선별해 착상하는 이 기술은 1990년 영국에서 처음 임상 적용됐고, 현재는 헌팅턴병·낭포성섬유증 등 3000종 이상의 단일유전자 질환 선별에 쓰인다. 하지만 성별 선택이나 장애 여부 선별에 활용될 경우 우생학 논쟁을 재점화시킨다. 2023년 기준 미국 일부 클리닉은 배아의 예상 신장·눈동자 색 등 비질병 형질까지 점수화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는 미국 유전학회(ASHG)로부터 공식 우려 성명을 이끌어냈다.
한국에서도 논쟁은 진행형이다. 2023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체세포 유전자치료 대상 질환 확대를 논의했고, 카스제비 같은 해외 승인 치료제의 국내 도입 절차를 어떻게 신속화할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동시에 배아 편집 금지 조항을 완화해 연구 목적의 기초 실험은 허용해야 한다는 학계 요구와, 어떤 예외도 결국 실용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민사회의 반대가 팽팽하다.
2018년, 중국의 한 과학자가 세계를 놀라게 한 발표를 했다. 유전자를 편집해서 태어난 쌍둥이 아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름은 루루와 나나. 에이즈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게 하겠다며 과학자가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를 직접 고쳤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 세계 과학자들이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이 과학자는 결국 감옥에 갔다.
왜 이렇게 큰 논란이 됐을까? 핵심은 '누구의 동의를 받았는가'다. 어른이 자기 몸에 치료를 받겠다고 결정하는 것과,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의 몸을 영원히 바꿔버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그 아기가 자라서 "나는 이런 걸 원하지 않았다"고 말할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바뀐 유전자는 그 아이의 자녀, 손자에게까지 대대로 전해진다.
반면 2023년 미국에서 정식으로 허가받은 유전자 치료제도 있다. 겸상적혈구빈혈증이라는 혈액병을 앓던 환자들이 CRISPR라는 유전자가위 기술로 자기 골수세포만 고쳐서 병을 치료받았다. 이건 그 사람 한 명에게만 적용되고 자녀에게 유전되지 않는다. 같은 기술인데 왜 하나는 축하받고 하나는 감옥에 갔을까? 바로 이 '유전되느냐 아니냐'의 차이 때문이다.
CRISPR라는 기술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건 유전자의 특정 부분을 가위처럼 정확하게 잘라내고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다. 2012년 처음 발표된 이후 급속도로 발전해서, 지금은 실험실 물품 판매 사이트에서 키트를 몇백 달러면 살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문제는 이 기술이 병을 고치는 데도 쓰이지만, 키나 지능처럼 병이 아닌 특성을 '더 좋게' 바꾸려는 시도에도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돈 많은 사람만 자녀의 유전자를 미리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1997년 영화 '가타카'는 이런 미래를 그렸다. 유전자로 계급이 나뉘는 사회, 태어나기도 전에 인생이 결정되는 사회다. 공상과학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미국의 일부 병원에서는 시험관 아기 시술 시 배아의 예상 키나 눈동자 색까지 알려주는 서비스를 팔기 시작했다. 그래서 미국의 유전학 관련 학회가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국은 법으로 배아 유전자 치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반면 이미 태어난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는 유전자 치료제는 계속 개발되고 있고, 정부도 이런 치료제를 더 빨리 들여오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즉 '치료는 허용, 영구적 변형은 금지'라는 큰 원칙 아래에서, 어디까지가 치료이고 어디부터가 논란의 영역인지 계속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레고 블록으로 멋진 성을 만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블록 하나가 잘못 끼워져 있었다고 해 보자. 그 블록 하나만 빼서 새 걸로 바꿔 끼우면 성은 그대로 있으면서 잘못된 부분만 고쳐진다. 유전자 치료도 비슷하다. 우리 몸은 아주 작은 '설명서'인 유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설명서 중 병을 일으키는 한 줄만 콕 집어 고치는 기술이 최근 개발됐다.
2023년,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아파왔던 혈액병 환자들이 이 기술로 진짜 병을 고쳤다.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가위 기술을 '크리스퍼(CRISPR)'라고 부른다. 아주 작은 가위로 유전자의 딱 문제되는 부분만 잘라내고 고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중요한 규칙이 하나 있다. 바로 "이미 태어난 사람의 몸만 고칠 수 있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의 몸을 영원히 바꾸면 안 된다"는 규칙이다. 왜 그럴까? 아기는 아직 "나는 이렇게 바뀌고 싶어요"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기 몸을 바꾸면 그 아기의 아이, 또 그 아이의 아이에게까지 계속 전해진다. 마치 한 번 잘못 끼운 레고 블록이 그 다음에 만드는 모든 성에도 계속 영향을 주는 것과 같다.
실제로 2018년 중국의 한 과학자가 이 규칙을 어기고 태어나지도 않은 쌍둥이 아기의 유전자를 몰래 바꿔버린 일이 있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깜짝 놀라 화를 냈고, 그 과학자는 결국 벌을 받았다.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도 다른 사람이, 그것도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이 동의하지 않은 일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었다.
또 한 가지 걱정거리는 이 기술이 아픈 사람을 고치는 데만 쓰이지 않고, 원래 건강한 사람을 "더 키 크게", "더 똑똑하게" 바꾸는 데 쓰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만약 돈이 많은 사람만 이런 걸 할 수 있다면, 부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유전자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은 법으로 "아픈 곳을 고치는 치료는 괜찮지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의 몸을 영원히 바꾸는 건 안 된다"고 정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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