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태평양 해저 열수분출구에서 채집된 미생물 '균주 121'이 고압멸균기 온도인 섭씨 121도에서 24시간을 버티고도 증식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병원이나 실험실에서 세균을 완전히 죽이겠다며 쓰는 그 온도다. 이 발견은 생물학 교과서가 오랫동안 그어놓은 '생명의 한계선'을 다시 그리게 만든 여러 사건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극한생물(extremophile)이라는 용어는 1974년 미생물학자 로버트 매카티가 처음 제안했다. 산성·염기성·고온·고압·고염분·방사선 같은, 인간 기준으로는 생명이 불가능해 보이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유기체를 가리킨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그랜드 프리즈매틱 스프링은 물 온도가 섭씨 70도를 넘고 pH가 극단적인데도 색색의 박테리아 매트가 뒤덮여 있다. 이 색은 서로 다른 온도대에 적응한 균종들이 만드는 색소 차이로, 위성사진에서도 식별될 정도로 뚜렷하다.
왜 이것이 생명의 기원 논쟁의 핵심인가
1977년 잠수정 앨빈호가 갈라파고스 열곳 인근 해저 2,500미터에서 열수분출구 생태계를 발견하기 전까지, 과학자들은 심해가 거의 생명이 없는 사막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곳엔 햇빛 한 줄기 없이도 화학합성 세균에 의존해 살아가는 관벌레(리프티아)와 게, 조개가 번성하고 있었다. 이 발견은 '생명은 태양에너지 없이도 시작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실질적 증거를 던졌다.
현재 유력한 가설 중 하나인 '열수분출구 기원설'은 초기 지구의 알칼리성 열수분출구—특히 '로스트 시티' 같은 사문석화 작용 지형—가 미세한 광물 기공 속에서 화학적 농축과 에너지 구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냈고, 이것이 최초의 원시 세포막과 유사한 구조로 이어졌다고 본다. 마이크 러셀, 닉 레인 등의 연구자들이 이 이론을 발전시켰다. 반대편에는 스탠리 밀러와 해럴드 유리가 1953년 실험으로 유명해진 '원시 수프' 가설, 그리고 존 서덜랜드 등이 주도하는 'RNA 세계' 가설이 있어, 생명 기원 연구는 여전히 단일한 정답이 없는 격렬한 논쟁 분야다.
극한생물이 실제로 알려주는 것
고세균(archaea)이라는 생물 영역 자체가 극한생물 연구에서 나왔다. 1977년 칼 워즈가 리보솜 RNA 서열을 비교하다가, 메탄생성균 등 일부 미생물이 세균과도 진핵생물과도 다른 제3의 생명 영역에 속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생물 분류 체계를 2역(원핵·진핵)에서 3역(세균·고세균·진핵생물)으로 바꾼 사건이다.
화성 탐사와 외계 생명 탐색에서도 극한생물은 참조점이 된다. 남극 매드리 밸리스의 건조 계곡,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초건조 토양에서 발견된 미생물 군집은 화성 표면 환경의 지구 유사체(analog)로 취급된다. 방사선 저항성 세균인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는 인간 치사량의 수백 배에 이르는 방사선을 견디는데, DNA가 산산조각 나도 수 시간 내에 재조립하는 독특한 복구 메커니즘 덕분이다. NASA는 이런 생물의 생존 한계 데이터를 우주선 멸균 기준과 외계 생명체 탐색 프로토콜에 실제로 반영한다.
물론 신중해야 할 지점도 있다. 극한 환경에서 미생물이 산다는 사실이 곧 '그곳에서 생명이 기원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현존 극한생물 대부분은 오히려 온화한 환경에서 진화한 뒤 극한 조건에 이차적으로 적응했다는 계통분석 결과도 있다. 생명의 기원 자체를 실험실에서 직접 재현한 사례는 아직 없으며, 이는 여전히 21세기 생물학의 가장 큰 미해결 질문 중 하나로 남아 있다.
펄펄 끓는 물속에서도 사는 생물이 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는 물 온도가 70도 넘게 끓는 온천이 있는데, 그 안에 알록달록한 무늬가 떠 있다. 처음 보면 화학 염료인가 싶지만, 사실은 살아있는 미생물이다. 이런 생물을 '극한생물(extremophile)'이라고 부른다. 뜨거운 물, 강한 산성, 짙은 소금물, 심지어 방사선까지—사람은 몇 초도 못 버틸 환경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사람을 놀라게 한 발견
1977년, 과학자들이 잠수정을 타고 태평양 바닥 2,500미터 아래로 내려갔다. 그곳엔 빛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뜨거운 물이 뿜어져 나오는 틈(열수분출구) 주변에 게, 조개, 길쭉한 관 모양의 생물들이 잔뜩 모여 살고 있었다. 햇빛 없이 사는 생태계라니, 당시 과학계에는 충격이었다. 이 생물들은 태양빛 대신 뜨거운 물 속의 화학물질을 에너지로 쓰는 세균과 함께 살아간다.
이 발견 이후로 과학자들은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지구 최초의 생명체도 이런 곳에서 태어난 게 아닐까?" 실제로 유력한 이론 중 하나는 초기 지구의 뜨거운 바닷속 광물 틈에서 생명의 재료들이 자연스럽게 농축되며 최초의 세포 비슷한 구조가 생겨났다는 설명이다.
왜 이게 중요할까
극한생물 연구는 단순히 신기한 생물 도감을 늘리는 일이 아니다. 방사선에 인간 치사량의 수백 배를 맞아도 살아남는 세균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는 DNA가 부서져도 스스로 다시 이어붙이는 능력이 있다. 과학자들은 이 원리를 연구해서 우주선 소독 기준을 만들거나, 화성 같은 극한 행성에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을 가늠하는 데 활용한다.
실제로 화성 탐사를 준비하는 NASA는 남극의 건조한 계곡이나 칠레 아타카마 사막처럼 지구에서 가장 화성과 비슷한 극한 환경을 연구실 삼아, 그곳 미생물이 어떻게 버티는지를 분석한다. 우리가 지구에서 생명의 한계를 이해할수록, 다른 행성에 생명이 있을지 없을지를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아직 풀리지 않은 것도 많다. 극한생물이 실제로 그런 극한 환경에서 '태어났는지', 아니면 원래 평범한 곳에서 살다가 나중에 적응한 것인지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생명이 정확히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지금도 세계 곳곳의 연구실에서 계속 밝혀내려는 중이다.
끓는 물에서 목욕하는 작은 생물들
여러분이 목욕물을 받을 때 너무 뜨거우면 손을 얼른 빼죠? 그런데 물이 펄펄 끓는 것보다 더 뜨거운 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는 아주 작은 생물들이 있어요. 눈에는 안 보이지만, 세균이라는 아주 작은 생물이에요.
미국에는 옐로스톤이라는 큰 공원이 있는데, 거기엔 물이 뜨겁게 끓어오르는 특별한 연못들이 있어요. 신기하게도 그 연못은 노란색, 주황색, 초록색으로 알록달록해요. 그 색깔은 물감이 아니라, 뜨거운 물을 좋아하는 아주 작은 생물들이 잔뜩 모여서 만든 색이랍니다. 이런 생물을 '극한생물'이라고 불러요. 아주 뜨겁거나, 아주 짜거나, 아주 시큼한 곳처럼 살기 힘든 곳에서도 씩씩하게 사는 생물이라는 뜻이에요.
깊은 바다 밑에도 살아요
바다 아주 깊은 곳, 햇빛이 하나도 안 들어오는 캄캄한 곳에도 이런 생물이 살아요. 1977년에 과학자들이 잠수함을 타고 바다 밑 2,500미터까지 내려갔어요. 아파트 800층 높이만큼 깊은 곳이에요. 그런데 거기서 뜨거운 물이 솟아나는 구멍 주변에 게와 조개, 길쭉한 벌레 같은 생물들이 많이 모여 사는 걸 발견했어요. 햇빛 없이도 살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죠.
과학자들이 궁금해하는 것
과학자들은 이런 극한생물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요. "아주 먼 옛날, 지구에 처음 생명이 생겨났을 때도 이렇게 뜨거운 곳이었을까?" 아직 확실한 답은 아무도 몰라요. 하지만 이런 생물을 연구하면 지구 생명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리고 화성 같은 다른 행성에도 생명이 있을 수 있는지 알아내는 데 큰 도움이 돼요.
방사선을 아주 많이 맞아도 죽지 않고 스스로 몸을 고치는 세균도 있어요. 사람이라면 진작 위험해질 만큼 강한 방사선인데도 끄떡없답니다. 이렇게 작고 강한 생물들을 연구하면서, 과학자들은 생명이 얼마나 질기고 신비로운지 매일 새롭게 배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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