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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문화의 양극화와 중고거래 시장의 성장

Consumption Polarization and Growth of Second-Hand Markets

202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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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수동의 한 편집숍에서는 300만 원짜리 한정판 스니커즈가 진열장 안에서 조명을 받고 있고, 그 매장에서 도보 10분 거리인 당근마켓 인기 게시글에는 "생활비 아껴야 해서 급처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은 중고 냉장고 사진이 올라온다. 같은 동네, 같은 시간대에 벌어지는 이 두 장면이야말로 2020년대 중반 한국 소비 문화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풍경이다.

명품과 리셀 시장이 커지는 동시에 중고거래 앱 다운로드 수가 급증하는 현상은 얼핏 모순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나의 원인에서 갈라져 나온 두 가지 결과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2023년 이후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의 소비지출 격차는 계속 벌어졌고, 특히 외식·여가·명품 소비 항목에서 그 간극이 두드러졌다. 반면 중위소득 이하 가구는 필수재 지출 비중을 줄이지 못한 채 재량 소비를 급격히 줄였다. 이 재량 소비 축소분이 향한 곳이 바로 중고거래 시장이다.

당근마켓은 2023년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MAU) 1,800만 명을 넘겼고, 번개장터·중고나라까지 합친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업계 추산 30조 원대에 이른다. 2008년 4조 원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15년 만에 일곱 배 넘게 성장한 셈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용자 구성이다. 초기에는 육아용품이나 가전을 처분하려는 30~40대 주부층이 주력이었다면, 최근에는 20대의 명품·의류 리셀 거래, 즉 "되팔기"를 목적으로 한 신품 구매 후 재판매가 새로운 축으로 떠올랐다. 한정판 운동화를 발매가보다 비싸게 되파는 "스니커테크", 프리미엄이 붙은 콘서트 티켓을 거래하는 "티켓팅 리셀"이 대표적이다.

이 지점에서 양극화는 소득 문제만이 아니라 소비 방식 자체의 분화로 확장된다. 한편에서는 "플렉스" 문화가 SNS를 매개로 확산되며 소수의 상징재(명품, 리미티드 에디션, 고급 오마카세)에 지출을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다른 한편에서는 같은 세대, 심지어 같은 개인이 일상재는 중고로 조달하고 그렇게 아낀 돈을 특정 소비에 몰아쓰는 "선택적 절약형 소비"를 실천한다. 실제로 한 소비자원 설문에서는 20대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평소엔 아껴 쓰다가 원하는 물건엔 크게 쓴다"고 답해, 이 계층에서는 절약과 과시가 대립항이 아니라 한 사람의 소비 안에서 공존하는 전략으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했다.

정책적 논쟁도 뒤따랐다. 중고거래 활성화는 자원 재사용이라는 환경적 명분과 맞물려 정부의 순환경제 정책과도 방향이 맞아떨어지지만, 동시에 사업자성 거래(사실상 소규모 판매업)가 개인 간 거래로 위장되며 소득 신고와 소비자 보호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국세청은 반복적·상시적으로 물품을 판매하는 계정에 대해 사업소득 과세 여부를 검토해 왔고, 플랫폼 측은 실제 거래 데이터를 근거로 "대부분은 순수 개인 거래"라고 반박하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 현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경제적 여유의 격차가 커질수록 소비의 표현 방식도 양쪽으로 갈라진다는 것이다. 한쪽은 새것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을 드러내고, 다른 한쪽은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고 남은 것을 되팔거나 되사는 순환 속에서 생활을 꾸린다. 중고거래 시장의 성장은 그 자체로 불황의 증거이자, 동시에 소비자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그 불황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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