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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예능의 도덕성과 시청자 기준의 변화

Ethics in Korean Entertainment Television and Evolving Audience Standards

2026-07-16
목차 (3개 섹션)

2015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후배에게 반말과 막말을 쏟아내는 장면이 방영됐을 때만 해도 시청자 게시판은 "저게 바로 예능의 맛"이라는 반응이 절반이었다. 그런데 2023년, 비슷한 수위의 발언이 담긴 클립이 SNS에 올라오자 채 여섯 시간도 안 돼 해당 방송사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 글이 3천 건 넘게 쏟아졌고, 이튿날 제작진은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같은 정도의 언행인데 왜 반응은 이렇게 달라졌을까.

무엇이 달라졌나

가장 큰 변화는 '녹화 방송'에서 '실시간 감시'로 시청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방송사 심의실과 시청자위원회가 사후에 문제를 걸러내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방송 중 실시간으로 캡처된 장면이 트위터(X)나 커뮤니티에 올라가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여론이 형성된다. 2022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민원 접수 건수는 2017년 대비 약 2.4배 증가했는데, 이 중 상당수가 방영 후 24시간 이내에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변화는 '웃음의 대가'에 대한 감수성이다.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상대를 놀라게 하거나 곤란하게 만드는 포맷은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예능의 주류였다. 그러나 2020년 한 지상파 프로그램이 신인 배우를 대상으로 한 몰래카메라 기획을 방영했다가, 당사자가 방송 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소속사를 통해 공식 항의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후 해당 포맷은 사실상 방송가에서 자취를 감췄다.

무엇이 논쟁거리로 남아있나

다만 기준이 완전히 합의된 것은 아니다. 음주 장면 노출을 두고도 시각차가 크다. 2021년 이후 다수 프로그램이 음주 장면에 경고 자막을 삽입하기 시작했지만, "이 정도 자막으로 실제 음주운전이나 청소년 음주가 줄어드느냐"는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또한 특정 출연자의 과거 학교폭력 의혹이 불거지면 즉각 하차와 편집 삭제로 이어지는 '무관용 원칙'이 자리 잡았는데, 일각에서는 사실관계 확정 전 여론재판식 퇴출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2023년에는 한 예능 고정 출연자가 의혹 제기 열흘 만에 통편집된 사례가 있었고, 이후 무혐의 처분이 나왔음에도 복귀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세대 간 기준 차이도 뚜렷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022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대 응답자의 68%가 "외모 비하 개그는 방송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고 답한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같은 응답이 34%에 그쳤다. 결국 '도덕성'의 기준 자체가 세대·매체 환경에 따라 이동하는 대상이라는 점이 이 논쟁을 어렵게 만든다.

제작 현장의 변화

방송사들은 자체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한 종합편성채널은 2021년부터 사전 시사 단계에서 '외부 모니터단'을 운영해 방영 전 문제 소지가 있는 장면을 걸러내기 시작했고, 다른 지상파 방송사는 신인 작가·PD 교육 과정에 인권 감수성 교육을 필수 편성했다. 그럼에도 시청률 경쟁 속에서 자극적 소재의 유혹은 여전히 남아 있어, 방송가 안팎에서는 "규제가 아니라 시청자의 눈높이가 이미 제작진보다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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