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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작에서 AI의 역할과 창작성 논의

AI in Film Production and Creativity Debate

202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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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오스카 시상식 시즌 한가운데서 영화 《더 브루탈리스트》가 뜻밖의 논란에 휩싸였다. 배우 에이드리언 브로디와 펠리시티 존스의 헝가리어 대사 발음을 인공지능 도구 '리스피처'로 보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AI가 배우의 연기를 대신했다"는 비판과 "발음 코칭 도구일 뿐"이라는 반박이 맞붙었다. 이 사건은 영화계가 오랫동안 미뤄온 질문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 AI가 창작 과정에 개입하는 순간, 그 결과물은 여전히 '인간의 예술'이라 부를 수 있는가.

이 논쟁의 뿌리는 2023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작가조합(WGA)은 148일간, 배우조합(SAG-AFTRA)은 118일간 파업을 벌였는데, 임금 문제 못지않게 핵심 쟁점이 된 것이 AI였다. 제작사가 AI로 각본 초안을 생성하거나,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를 스캔해 향후 별도 동의 없이 재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협상 테이블의 중심에 놓였다. 결국 양 조합은 "AI는 인간 창작자를 대체할 수 없으며, 배우의 디지털 복제본 사용에는 별도 동의와 보상이 필요하다"는 조항을 계약에 명시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상당 부분이 영화 제작 공정에 스며들어 있다. CGI 보정, 배경 확장, 노후 배우의 얼굴을 젊게 만드는 '디에이징' 작업은 마블 영화 등에서 표준 공정이 된 지 오래다. 2024년 2월 오픈AI가 공개한 영상 생성 모델 '소라'는 텍스트 입력만으로 1분 분량의 영상을 만들어내면서, "이제 카메라 없이도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기대와 "촬영이라는 행위 자체가 사라진다"는 우려를 동시에 낳았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로드너 파티》(2021)에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요리사 앤서니 보데인의 목소리를 AI로 합성해 실제로 쓰지 않은 문장을 그의 음성으로 재현했는데, 이는 "고인의 목소리를 조작해도 되는가"라는 윤리적 논쟁의 초기 사례로 꼽힌다.

법적 공백도 크다. 미국 저작권청은 2023년 발표한 지침에서 "인간의 창작적 개입 없이 AI가 전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에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감독이 AI로 초안을 만든 뒤 상당 부분을 수정·재구성했다면 어디까지가 '인간의 몫'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한국에서도 저작권 관련 정부기관이 AI 생성 콘텐츠의 저작권 등록 기준을 마련하는 중이나, 명확한 판례는 아직 축적되지 않았다.

옹호론자들은 AI가 저예산 독립영화 제작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고 강조한다. 대규모 VFX 스튜디오 없이도 개인이 시각효과를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창작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배우와 스태프의 일자리 감소, 그리고 무엇보다 "고통 없이 만든 이야기에 진짜 감정이 담길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회의를 제기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어느 쪽으로도 정리되지 않았고, 매년 새로운 AI 도구가 등장할 때마다 다시 소환되는 논쟁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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