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산불은 560만 헥타르를 삼켰다. 같은 해 7월 유럽 남부는 48.5°C를 기록했고, 리비아 홍수 하루 만에 1만 1,000명이 사망했다. 이 세 사건은 각기 다른 대륙, 다른 형태의 재해처럼 보이지만, 기후과학자들은 하나의 공통 원인을 지목한다. 대기 순환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극한'이 늘어나는가
기후 시스템에서 극한 현상의 빈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평균 기온이 아니라 분산이다. 평균 기온이 1°C 오르면 분포 곡선 전체가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통계적으로 꼬리 부분, 즉 '극단값'이 차지하는 면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1950년대 대비 2010년대 극한 고온 이벤트는 약 5배 증가했으며, 이 추세는 2020년대 들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여기에 제트기류 교란이 가세한다. 북극이 지구 평균보다 3~4배 빠르게 온난화되면서 북극과 중위도의 온도 차이가 줄었다. 제트기류는 이 온도 차를 동력으로 삼는데, 차이가 줄자 파동이 커지고 느려졌다. 이른바 '블로킹(Blocking)'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열돔이 수 주간 같은 자리에 머물거나, 저기압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집중 강수를 쏟아낸다.
지역별 양상
북미에서는 '열돔'이 반복 출현하고 있다. 2021년 6월 캐나다 리턴은 49.6°C라는 역대 최고 기온을 찍었고, 사흘 만에 소읍 사망자 600명이 집계됐다. 이 수치는 해당 지역 연평균 자연사 전체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남아시아에서는 몬순 패턴이 변조되고 있다. 파키스탄은 2022년 국토의 3분의 1이 침수됐고, 1,7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피해액은 GDP의 약 8%에 해당하는 300억 달러였다. 그러나 직전 몇 달 동안 파키스탄 북부는 역대 최악의 봄 폭염을 겪고 있었다. 홍수와 폭염이 같은 해, 같은 나라에서 연달아 덮친 것이다.
아프리카는 강수량 편차가 극도로 심해졌다. 동아프리카는 2020~2023년 연속 5회 우기 실패로 1,500만 명이 심각한 식량 위기에 빠졌고, 반대로 서아프리카 일부 지역은 단기 집중호우로 홍수 피해가 반복됐다.
과학 논쟁: '귀인 분석'의 전선
극한 기후가 얼마나 인간 활동에 귀속되는지를 수치로 따지는 '귀인 과학(Attribution Science)'은 2000년대 이후 급속히 정밀해졌다. 2021년 영국 메트오피스(Met Office)와 세계귀인연구소(World Weather Attribution)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열돔 사건을 분석해, 인위적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이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현재의 150분의 1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귀인 분석의 정확도를 둘러싼 논쟁도 있다. 모델 앙상블의 해상도 한계, 도시열섬 보정 방식, 자연 변동성과 인위적 강제력의 분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일부 연구자들은 귀인 분석이 정책 소통에서 과도하게 단순화된다고 경고한다.
사회경제적 충격과 불평등
극한 기후의 피해는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GDP 대비 손실은 고소득 국가보다 저소득 국가에서 3~10배 크다. 인프라 내구성, 조기경보 시스템 보급률, 의료 접근성, 보험 가입률 등 모든 적응 역량이 경제 수준과 정비례하기 때문이다.
기후 경제학자 솔로몬 샤이앙(Solomon Hsiang)의 연구는 기온 1°C 상승이 저소득 국가 1인당 GDP를 약 13% 감소시킨다고 추산한다. 이미 더운 적도 인근 국가들이 온난화의 최대 피해자가 된다는 뜻이다.
이는 이른바 '기후 식민지성(climate colonialism)' 논의를 촉발했다. 역사적 온실가스 배출에 가장 적게 기여한 국가들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구조는 COP(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협상장의 핵심 갈등축이 됐다. 2022년 COP27에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 설치가 합의됐지만, 재원 규모와 배분 기준을 둘러싼 협상은 현재진행형이다.
임계점과 되먹임
과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다. 서남극 빙상이 임계치를 넘어 붕괴하면 해수면이 3~5m 상승하고, 아마존 열대우림이 '사바나화' 전환점을 넘으면 아마존 자체가 탄소 흡수원에서 탄소 배출원으로 반전된다.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는 2018년 논문 「지구온난화 계단식 효과(Hothouse Earth)」에서 1.5~2°C 사이에 이미 일부 티핑 포인트 연쇄반응이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2°C 상승한 상태다. 2023년은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고, 2024~2025년에도 그 기록은 갱신됐다. 되돌릴 수 없는 문턱까지 남은 거리가 얼마인지, 인류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
극한 기후 현상의 글로벌 확산
2023년 유럽에서 48°C가 넘는 폭염이 왔을 때, 그리스 숲의 절반이 불에 탔다. 캐나다에선 서울 면적의 88배에 달하는 산림이 사라졌다. 같은 해 리비아 홍수 하루 만에 1만 명이 넘게 목숨을 잃었다. 이런 일들이 왜 갑자기 동시에,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걸까?
기후 시스템이 망가지고 있다
지구 대기는 정교하게 연결된 시스템이다. 그 시스템의 핵심 중 하나가 '제트기류'인데,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온도 차가 클수록 제트기류가 빠르고 안정적으로 흐른다.
문제는 북극이 지구 평균보다 3~4배 빠르게 더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온도 차이가 줄면서 제트기류가 구불구불해지고 느려졌다. 그 결과 뜨거운 공기 덩어리나 차가운 비구름이 한 지역에 오래오래 머물게 됐다. 여름엔 열돔이 2~3주씩 자리를 지키고, 겨울엔 갑자기 북극 한기가 남쪽으로 쏟아지는 일이 잦아졌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일들
북미 — 2021년 캐나다 소도시 리턴은 49.6°C를 기록했다. 서울의 여름 최고 기온이 보통 36~37°C인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충격적인 수치인지 알 수 있다. 사흘 만에 600명이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다.
남아시아 — 2022년 파키스탄은 봄에 폭염을 겪은 뒤 여름에 나라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피해 규모가 너무 커서 국제사회가 긴급 지원에 나섰지만, 이미 1,7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뒤였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 우리나라 역시 2018년 서울 39.6°C, 2020년 역대 최장 54일 장마, 2022년 서울 강남 지하차도 침수 등 극한 기상 사례가 해마다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왜 가난한 나라가 더 큰 피해를 받나
극한 기후의 피해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오지 않는다. 조기경보 시스템, 튼튼한 건물, 병원 접근성, 보험... 이런 '버티는 힘'은 돈이 있어야 갖출 수 있다. 정작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는 미국·유럽·중국 같은 선진국들이지만, 피해는 아프리카·남아시아·태평양 섬나라들이 훨씬 크게 입는다.
이 불균형은 국제 기후 협상의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다. 2022년 이집트에서 열린 COP27에서 처음으로 '손실과 피해' 기금 설치가 합의됐다. 배출을 많이 한 나라들이 피해를 입은 나라들에게 보상하자는 개념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과학자들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이번 세기 안에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3°C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1°C만 올라도 극한 기상이 수배씩 늘어나는데, 2~3°C가 되면 그 충격은 지금과 비교가 안 된다.
우리 세대가 성인이 될 2040~2050년대는 현재보다 더 강하고 잦은 극한 기후가 '일상'이 되는 시대다. 지금 적응과 감축 두 가지를 동시에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 세대가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
극한 기후 현상의 글로벌 확산
요즘 지구 곳곳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 캐나다에서는 산불이 서울 면적의 88배나 타버렸고, 유럽에서는 낮 기온이 48°C를 넘어섰어. 한국에서도 50일이 넘도록 비가 내린 적이 있었지. 왜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걸까?
지구가 담요를 너무 많이 덮었어
지구 주변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스 담요가 있어. 이 담요가 적당하면 지구가 따뜻하고 살기 좋아. 그런데 자동차, 공장, 발전소에서 나오는 연기가 그 담요를 점점 두껍게 만들고 있어. 담요가 두꺼워지면 지구가 너무 더워지지.
지구가 더워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바닷물이 더 많이 증발해서 구름이 더 많이 생겨. 그러면 비가 올 때 훨씬 더 많이 쏟아져. 반대로 비가 안 오는 곳은 더 바짝 말라서 땅이 갈라지고, 불이 나기 쉬워져.
날씨를 지키는 바람이 흔들리고 있어
하늘 높은 곳에는 아주 빠르게 부는 바람이 있어. '제트기류'라고 불러. 이 바람이 지구 곳곳의 날씨를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해.
그런데 북극이 너무 빨리 더워지면서 이 바람이 흔들리기 시작했어. 바람이 흔들리면 뜨거운 공기가 한 곳에 오래 머물게 돼. 마치 냄비 안에 뜨거운 김이 갇힌 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요즘은 폭염이 2~3주씩 계속되고, 홍수도 더 자주 생기는 거야.
세계 친구들이 겪고 있는 일
캐나다에 사는 아이들은 2023년 여름 내내 연기 때문에 밖에서 놀지 못했어. 마스크를 써도 눈이 따갑고 숨이 막혔대.
파키스탄이라는 나라에서는 2022년에 집이 물에 잠기는 홍수가 났어. 학교와 병원도 다 무너졌고, 수백만 명의 아이들이 집을 잃었어.
한국도 2020년 여름에 54일 동안 비가 거의 매일 내렸어. 역대 가장 긴 장마였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너무 무서운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어. 하지만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면 지금보다 더 나빠지는 건 막을 수 있어.
자동차 대신 자전거나 버스 타기, 전기 아껴 쓰기, 나무 심기...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이면 담요가 더 두꺼워지는 걸 조금씩 늦출 수 있어. 지구는 우리 모두의 집이니까, 함께 지켜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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