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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시대 K-드라마 제작의 국제화

K-Drama Production in the Streaming Era

202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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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시즌2에 투자한 제작비는 알려진 것만 수백억 원대였고, 이는 웬만한 지상파 드라마 한 편 예산의 몇 배에 달했다. 이 숫자 하나가 한국 드라마 산업이 지난 10년간 겪은 변화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방송사 편성표에 맞춰 16부작을 만들던 산업이, 이제는 전 세계 동시 공개를 전제로 기획되는 산업으로 바뀐 것이다.

변화의 기점은 대체로 2019년~2021년 사이로 잡힌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뒤에도 초기에는 지상파·케이블 드라마를 사들이는 데 그쳤지만, 2019년 '킹덤'을 자체 제작 오리지널로 내놓으면서 방향을 틀었다. 결정적 사건은 2021년 '오징어 게임'이다. 제작비 약 200억 원짜리 시리즈가 전 세계 94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에 올랐고, 넷플릭스 측 추산으로 방영 28일간 창출한 가치가 9억 달러를 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사건 이후 넷플릭스는 2023년부터 4년간 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제는 이 국제화가 산업 전체에 고르게 이익을 나눠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트리밍 오리지널은 대개 '완전 매절(buyout)' 계약 구조를 취한다. 제작사가 넷플릭스로부터 제작비 전액에 일정 마진(통상 10~20%로 알려짐)을 더한 금액을 받고, 그 대가로 저작권과 이후 흥행에 따른 수익 배분권을 넘기는 방식이다.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아무리 흥행해도 제작사인 싸이런픽쳐스나 배우·작가 개인에게 추가 인센티브가 자동으로 돌아가지 않는 구조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쟁이 커졌다. 황동혁 감독이 여러 인터뷰에서 이 매절 계약의 한계를 언급했고, 이는 이후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관련 업계 단체가 러닝 개런티(흥행 연동 보상) 도입을 요구하는 계기가 됐다.

동시에 국제화는 제작 관행 자체를 바꿔놓았다. 방송사 편성 드라마는 여전히 '사전 제작 부족+생방송 촬영'이라는 오래된 관행에 시달리는 반면, 스트리밍 오리지널은 대부분 완전 사전 제작을 전제로 한다. 이는 배우 스케줄 안정성, 후반작업 품질, 해외 로케이션 촬영 확대로 이어졌다. '킹덤', '스위트홈', '더 글로리' 같은 작품들이 국내 세트 대신 해외 로케이션이나 대규모 특수효과 예산을 투입할 수 있었던 것도 스트리밍 자본 덕분이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캐스팅과 각본 국제화다. 예전에는 국내 시청률을 의식해 정통 멜로·가족극 문법을 따르던 작가들이, 이제는 '전 세계 구독자가 자막으로 볼 것'을 전제로 장르물·스릴러·좀비물처럼 언어 장벽이 낮은 장르를 적극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오징어 게임'의 게임 형식, '지금 우리 학교는'의 좀비 아포칼립스가 이런 경향의 산물로 꼽힌다. 반면 국내 정서에 깊이 뿌리내린 사극이나 정치극은 상대적으로 스트리밍 오리지널화가 더디다는 지적도 있다.

방송사와 스트리밍 플랫폼 간 인력 쏠림도 논쟁거리다. 유명 작가·PD가 방송사보다 훨씬 높은 몸값을 제시하는 스트리밍 오리지널로 이동하면서, 지상파·종편은 상대적으로 저예산·저인지도 프로젝트에 머무는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평가가 방송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디즈니플러스, 애플TV+, 티빙·웨이브 같은 토종 OTT까지 오리지널 경쟁에 뛰어들면서 제작비 상승 압력은 더 커졌지만, 동시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프로젝트가 늘면서 2023~2024년 사이 다수 플랫폼이 한국 오리지널 편성을 축소하는 조정기를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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