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시즌2에 투자한 제작비는 알려진 것만 수백억 원대였고, 이는 웬만한 지상파 드라마 한 편 예산의 몇 배에 달했다. 이 숫자 하나가 한국 드라마 산업이 지난 10년간 겪은 변화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방송사 편성표에 맞춰 16부작을 만들던 산업이, 이제는 전 세계 동시 공개를 전제로 기획되는 산업으로 바뀐 것이다.
변화의 기점은 대체로 2019년~2021년 사이로 잡힌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뒤에도 초기에는 지상파·케이블 드라마를 사들이는 데 그쳤지만, 2019년 '킹덤'을 자체 제작 오리지널로 내놓으면서 방향을 틀었다. 결정적 사건은 2021년 '오징어 게임'이다. 제작비 약 200억 원짜리 시리즈가 전 세계 94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에 올랐고, 넷플릭스 측 추산으로 방영 28일간 창출한 가치가 9억 달러를 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사건 이후 넷플릭스는 2023년부터 4년간 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제는 이 국제화가 산업 전체에 고르게 이익을 나눠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트리밍 오리지널은 대개 '완전 매절(buyout)' 계약 구조를 취한다. 제작사가 넷플릭스로부터 제작비 전액에 일정 마진(통상 10~20%로 알려짐)을 더한 금액을 받고, 그 대가로 저작권과 이후 흥행에 따른 수익 배분권을 넘기는 방식이다.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아무리 흥행해도 제작사인 싸이런픽쳐스나 배우·작가 개인에게 추가 인센티브가 자동으로 돌아가지 않는 구조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쟁이 커졌다. 황동혁 감독이 여러 인터뷰에서 이 매절 계약의 한계를 언급했고, 이는 이후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관련 업계 단체가 러닝 개런티(흥행 연동 보상) 도입을 요구하는 계기가 됐다.
동시에 국제화는 제작 관행 자체를 바꿔놓았다. 방송사 편성 드라마는 여전히 '사전 제작 부족+생방송 촬영'이라는 오래된 관행에 시달리는 반면, 스트리밍 오리지널은 대부분 완전 사전 제작을 전제로 한다. 이는 배우 스케줄 안정성, 후반작업 품질, 해외 로케이션 촬영 확대로 이어졌다. '킹덤', '스위트홈', '더 글로리' 같은 작품들이 국내 세트 대신 해외 로케이션이나 대규모 특수효과 예산을 투입할 수 있었던 것도 스트리밍 자본 덕분이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캐스팅과 각본 국제화다. 예전에는 국내 시청률을 의식해 정통 멜로·가족극 문법을 따르던 작가들이, 이제는 '전 세계 구독자가 자막으로 볼 것'을 전제로 장르물·스릴러·좀비물처럼 언어 장벽이 낮은 장르를 적극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오징어 게임'의 게임 형식, '지금 우리 학교는'의 좀비 아포칼립스가 이런 경향의 산물로 꼽힌다. 반면 국내 정서에 깊이 뿌리내린 사극이나 정치극은 상대적으로 스트리밍 오리지널화가 더디다는 지적도 있다.
방송사와 스트리밍 플랫폼 간 인력 쏠림도 논쟁거리다. 유명 작가·PD가 방송사보다 훨씬 높은 몸값을 제시하는 스트리밍 오리지널로 이동하면서, 지상파·종편은 상대적으로 저예산·저인지도 프로젝트에 머무는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평가가 방송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디즈니플러스, 애플TV+, 티빙·웨이브 같은 토종 OTT까지 오리지널 경쟁에 뛰어들면서 제작비 상승 압력은 더 커졌지만, 동시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프로젝트가 늘면서 2023~2024년 사이 다수 플랫폼이 한국 오리지널 편성을 축소하는 조정기를 겪기도 했다.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을 볼 때, 이게 한국 드라마라는 걸 의식하는 친구도 있고 그냥 재밌는 시리즈로만 보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 한 편이 한국 드라마 산업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예전에는 한국 드라마가 KBS, MBC, SBS 같은 방송사 편성표에 맞춰 만들어졌다. 시청률이 잘 나오면 성공, 아니면 실패였고, 시장은 거의 한국 국내에 한정됐다. 그런데 2021년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94개국 넷플릭스 순위 1위에 오르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넷플릭스는 이 성공 이후 2023년부터 4년 동안 한국 콘텐츠에만 25억 달러(약 3조 원이 넘는 돈)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제 한국 드라마는 처음부터 "전 세계 사람들이 자막으로 볼 것"을 생각하면서 기획된다. 그래서 요즘 인기 있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 게임 서바이벌('오징어 게임'), 좀비물('지금 우리 학교는'), 스릴러 같은 장르가 많다. 이런 장르는 말이 안 통해도 화면만 봐도 긴장감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 특유의 정서가 깊이 담긴 사극 같은 장르는 해외 시청자에게 설명하기 어려워서 상대적으로 스트리밍 오리지널로는 덜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게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성공했지만, 정작 만든 사람들에게는 흥행 보너스가 따로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넷플릭스와 계약할 때 제작비를 넉넉히 받는 대신 이후 흥행 수익을 나누지 않는 방식(매절 계약)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감독인 황동혁 씨도 여러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그만큼 돈을 벌어줬는데 왜 추가로 못 받냐는 질문은, 사실 넷플릭스뿐 아니라 음악·영화 산업에서도 반복되는 논쟁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변화는 제작 방식이다. 예전 한국 드라마는 방영 시작한 다음에도 계속 촬영하면서 방송하는 '생방송 촬영'으로 유명했다. 배우들이 밤새 촬영하고 바로 다음날 방영분을 찍는 식이었다. 반면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오리지널은 보통 다 찍고 나서 한꺼번에 공개하기 때문에, 촬영 여건이 훨씬 안정적이고 특수효과나 해외 로케이션에 돈을 더 쓸 수 있다.
결국 스트리밍 시대는 한국 드라마를 세계적인 콘텐츠로 키운 동시에, 방송사와 스트리밍 사이의 격차, 제작진 보상 문제 같은 새로운 숙제도 함께 던져준 셈이다.
친구들 중에 '오징어 게임'을 본 사람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이 드라마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94개 나라에서 1등을 했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이건 마치 우리 동네 분식집이 갑자기 전 세계 사람들이 줄 서는 맛집이 된 것과 비슷한 일이에요.
예전에는 한국 드라마를 우리나라 방송국(KBS, MBC, SBS 같은 곳)이 만들어서 우리나라 사람들만 텔레비전으로 봤어요. 그런데 넷플릭스라는 인터넷 서비스가 생기면서 이야기가 달라졌어요. 넷플릭스는 전 세계 어디서나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라서, 한국 드라마도 자막만 붙이면 미국, 브라질, 인도 사람들도 똑같이 볼 수 있게 됐거든요.
'오징어 게임'이 크게 성공하고 나서, 넷플릭스는 앞으로 4년 동안 한국 드라마를 만드는 데 우리 돈으로 3조 원이 넘는 큰돈을 쓰겠다고 약속했어요. 3조 원이면 자동차를 수십만 대 살 수 있는 돈이에요. 그만큼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아졌다는 뜻이죠.
이렇게 전 세계 사람들이 볼 걸 미리 생각하고 만들다 보니, 요즘 한국 드라마는 말이 잘 안 통해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요. 게임을 하는 이야기나, 좀비가 나오는 이야기처럼요. 화면만 봐도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드라마를 만든 감독님과 배우들은 드라마가 아무리 크게 성공해도 처음 받기로 한 돈만 받고, 추가로 보너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우리가 만든 그림이 엄청 인기가 많아져서 전 세계에서 팔렸는데, 정작 그림 그린 나는 처음 받은 용돈만 받는 것과 비슷한 셈이에요. 그래서 요즘 어른들은 "열심히 만든 사람들에게 성공한 만큼 더 많이 나눠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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