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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배구팀의 아시아 쿼터와 한국 스포츠의 국제화

Korean Air Volleyball Team's Foreign Player Quota and Sports Globalization

202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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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배구팀의 아시아 쿼터와 한국 스포츠의 국제화

2017년 겨울, V-리그 코트에 낯선 언어가 들렸다. 대한항공 점보스 훈련장에서 일본어와 중국어가 섞인 대화가 오갔고, 코칭스태프는 이를 한국어로 통역하며 전술 미팅을 진행했다. 아시아쿼터 제도가 한국 배구에 착근하던 초기의 풍경이다.

아시아쿼터 제도의 탄생 배경

한국배구연맹(KOVO)이 아시아쿼터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단순히 "다양성"이라는 슬로건 때문이 아니었다. 기존 외국인 선수 제도는 브라질·미국·세르비아 등 유럽·남미 장신 공격수 영입 경쟁으로 치달았고, 구단 재정은 압박받는 반면 아시아 배구권과의 교류는 실종되다시피 했다. KOVO는 외국인 선수 쿼터와 별도로 아시아 국가 출신 선수를 추가 등록할 수 있는 별개 슬롯을 만들었다. 연봉 상한도 일반 외국인과 다르게 책정해 중소 구단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적용 대상은 아시아배구연맹(AVC) 가맹국 국적자로, 일본·중국·이란·태국·카타르 등 다양한 국적의 선수가 지원 자격을 갖는다. 단, 한국 국적 취득자나 재일교포 등 특수 케이스는 별도 규정을 적용하여 내국인 선수 보호 취지와 충돌하지 않도록 했다.

대한항공 점보스의 선택

대한항공 점보스는 V-리그 남자부 최다 우승팀으로, 풍부한 스카우팅 네트워크와 재정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쿼터를 적극 활용한 대표 구단이다. 항공사 모기업 특성상 해외 지사·협력사를 통한 정보망이 촘촘하다는 점은 순수 스포츠 구단과 다른 이점으로 작용했다. 아시아 각국 리그의 중견 선수를 조기에 낮은 비용으로 영입해 경험을 쌓게 한 뒤, 시즌 중후반 전력으로 투입하는 방식이 점보스 특유의 운영 패턴으로 굳어졌다.

무엇보다 아시아쿼터 선수의 존재는 구단 내부에서 세대 교체를 위한 완충 역할을 했다. 베테랑 국내 선수가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시즌 중반, 아시아쿼터 선수가 로테이션에 들어오면서 주전 자원의 피로도를 분산했다. 이는 플레이오프 장기 레이스에서 뚜렷한 전술적 이점으로 드러났다.

국제화의 명암

아시아쿼터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출범 직후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찬성 측은 크게 세 가지 근거를 든다. 첫째, 아시아 배구 생태계 전체의 저변 확대다. 일본·중국 등 인접국 선수가 경쟁 수준 높은 V-리그에서 뛰면 그 나라 배구 팬들이 V-리그를 시청하고, 한국 배구의 해외 인지도가 올라간다. 실제로 일본 선수가 입단한 시즌에 해당 구단 관련 SNS 일본어 반응이 수십 배 증가하는 사례가 확인된다. 둘째, 구단 운영비 절감이다. 100만 달러를 상회하는 서구권 외국인 선수 연봉의 절반 이하 비용으로 전력을 보강할 수 있다. 셋째, 선수 개인 측면에서도 아시아 선수들이 검증된 리그에서 경력을 쌓을 기회를 얻는다.

반대 측은 국내 선수 출전 기회 잠식 문제를 핵심으로 든다. 12인 엔트리에서 외국인 1명 + 아시아쿼터 1명이 자리를 차지하면, 국내 유망주 1명이 밀려난다는 논리다. 특히 포지션이 겹치는 세터·리베로 등 특수 포지션에서 이 문제가 더 두드러진다. 또한 아시아쿼터 선수의 실력 편차가 커 "리그 수준을 올리기보다 오히려 경기력이 고르지 않아진다"는 현장 지도자들의 지적도 있다.

한국 스포츠 국제화의 더 넓은 맥락

배구의 아시아쿼터는 한국 프로스포츠 전반에 걸친 국제화 흐름의 한 단면이다. KBO 리그는 1998년부터 외국인 선수 제도를 운영했고, K리그는 아시아쿼터와 용병 제도를 병행한다. 농구 KBL은 아시아쿼터 도입에 신중한 편이나, 배구가 선도적으로 시험한 제도적 실험이 다른 종목의 참고 사례가 되고 있다.

한국 스포츠의 국제화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키워드는 "호혜성"이다. 한국 선수들이 일본 프로야구(NPB)·스페인 축구 리그(라리가) 등에서 활약하는 것처럼, 반대 방향의 인재 유입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어야 한다는 시각이 제도 설계의 철학적 기반이 됐다. 대한항공 배구팀이 아시아쿼터를 통해 쌓은 운영 경험은, 단순히 한 팀의 전략을 넘어 한국 스포츠가 아시아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더 큰 그림의 작은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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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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