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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의 역사

Korea-US-Japan SMR Cooperation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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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18일,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별장 정원을 나란히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이 회담에서 나온 공동성명 어디에도 "소형모듈원자로"라는 단어가 헤드라인으로 걸리지는 않았지만, 실무진 문서 안에는 한미일 세 나라가 차세대 원자력 기술과 공급망에서 협력하겠다는 문구가 분명히 들어가 있었다. 그날 이후 SMR은 세 나라 관계에서 조용하지만 꽤 진지한 화두가 됐다.

왜 갑자기 SMR인가부터 짚어야 한다. 대형 원전은 짓는 데 10년 넘게 걸리고 사업비가 조 단위로 불어나기 쉽다. 미국 조지아주 보글 3·4호기는 예산이 두 배 넘게 초과됐고 준공도 예정보다 7년 늦어졌다. 반면 SMR은 공장에서 모듈을 찍어내듯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라, 이론상 공사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데이터센터·인공지능 붐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빌 게이츠가 투자한 테라파워부터 아마존이 투자한 X-에너지까지 미국 빅테크가 SMR에 돈을 쏟아붓는 상황이 됐다.

한국의 참여는 사실 SMR 붐 이전부터 있었다. 2019년 두산에너빌리티(당시 두산중공업)와 GS에너지, 삼성물산이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총 4천4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후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의 원자로 모듈용 대형 단조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른다. 즉 한국은 미국 SMR 산업의 '부품 공장' 역할부터 시작해 지분 투자자로 발을 들인 셈이다.

동시에 한국은 자체 노형도 밀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수력원자력이 개발 중인 '혁신형 SMR(i-SMR)'은 2028년 표준설계인가를 목표로 하며, 정부는 2028년까지 약 4천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이 미국 기술에 종속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독자 수출 상품을 만들려는 시도로 읽힌다. 실제로 UAE 바라카 원전(2009년 수주, 2021년 상업운전 개시) 이후 끊겼던 한국형 원전 수출의 재시동을 SMR로 걸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일본의 입지는 조금 다르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원전 신규 건설에 극도로 신중해졌고, 자국 SMR 노형을 밀어붙이기보다는 미쓰비시중공업·IHI 등 중공업 기업들이 뉴스케일이나 테라파워 같은 미국 프로젝트에 부품·기술 협력자로 들어가는 쪽을 택했다. 즉 일본은 '설계자'가 아니라 '정밀 부품 공급자'로 참여하는 그림이다.

한미 간에는 껄끄러운 대목도 있다. 1974년 체결되고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123협정)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한국은 SMR 연료 자립을 위해서라도 이 조항 완화를 계속 요구해왔지만, 미국은 핵비확산 원칙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다. SMR 협력이 확대될수록 이 낡은 협정을 어떻게 손볼지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한미일 SMR 협력사는 캠프 데이비드라는 상징적 장면 하나로 요약되지 않는다. 두산의 단조품 공급계약, GS와 삼성의 지분투자, i-SMR의 독자개발, 일본 중공업사의 부품 참여, 그리고 여전히 풀리지 않은 123협정 문제까지 겹겹이 쌓인 실무적 협력과 갈등의 층위가 훨씬 복잡한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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