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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은행권의 디지털 금융 혁신 경쟁

Korean Banking Digital Transformation and Fintech Innov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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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6
목차 (5개 섹션)

2023년 상반기, 신한은행 앱에서 하루 접속자 수가 KB국민은행의 스타뱅킹을 앞질렀다는 내부 집계가 알려지면서 은행권이 술렁였다. 예대마진으로 먹고살던 시절엔 상상하기 어려운 지표였다. 이제 은행은 "누가 대출을 더 싸게 해주느냐"가 아니라 "누가 앱을 더 오래 열어두게 만드느냐"로 경쟁한다.

오픈뱅킹이 바꾼 판

2019년 12월 금융결제원이 오픈뱅킹 공동망을 열면서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그전까지는 은행마다 앱을 따로 깔아야 했지만, 이제 신한은행 앱 하나에서 KB·우리·하나 계좌 잔액을 한꺼번에 조회하고 이체까지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주거래은행 앱"을 하나만 선택하면 되고, 그 하나에 뽑히지 못한 은행은 존재감이 급격히 옅어졌다. 2023년 말 기준 오픈뱅킹 누적 등록 계좌 수는 3억 개를 넘어섰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압박

카카오뱅크는 2017년 출범 이후 6년 만에 고객 수 2,200만 명을 넘겼다. 토스뱅크도 2021년 10월 출범 이후 2년 반 만에 900만 명 이상을 모았다. 이들은 지점도, 창구 직원도 없이 순전히 앱 경험만으로 시중은행 고객을 흡수했다. 특히 토스뱅크의 "먼저 이자 받는 통장"이나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 같은 상품은 금리 자체보다 UI·UX의 재미 요소로 화제를 모았다.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은 뒤늦게 각자 앱을 전면 개편하며 반격에 나섰는데, 신한은행은 2023년 '신한 슈퍼SOL' 앱을 새로 출시하며 기존 쏠(SOL) 브랜드를 통합 개편했고, KB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 'KB리브엠'과 부동산 플랫폼 'KB부동산'을 은행 앱과 연계하는 슈퍼앱 전략을 밀어붙였다.

마이데이터와 초개인화

2022년 1월 전면 시행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제도는 경쟁을 한 단계 더 밀어붙였다. 소비자가 동의만 하면 은행은 카드사·보험사·증권사에 흩어진 개인 금융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볼 수 있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하나은행은 "하나원큐"에서 소비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적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내놨고, 우리은행은 '우리WON뱅킹'에 자산관리 AI 챗봇을 붙였다. 문제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은행 8곳을 포함해 이미 60곳을 넘어서면서, 정작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느 앱에 내 데이터를 맡겨야 하는지" 피로감이 커졌다는 점이다.

생성형 AI 도입 경쟁

2023년 하반기부터는 생성형 AI가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KB국민은행은 자체 거대언어모델 기반 상담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고, 신한은행은 AI 개인 자산관리 비서 기능을 앱에 얹었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AI가 잘못된 투자 조언을 하거나 편향된 대출 심사를 할 위험을 우려해 2023년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은행 입장에서는 혁신 속도와 규제 리스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남은 과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오프라인 지점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 수는 2015년 7,281개에서 2023년 말 5,000개 안팎까지 줄었다. 고령층이나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문제가 국정감사 단골 지적 사항으로 등장하는 이유다. 은행들은 '어르신 특화 모드'나 큰 글씨 버전 앱을 내놓으며 대응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지점 감소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디지털 금융 혁신 경쟁은 편의성 향상이라는 성과와 함께, 금융 소외라는 그림자를 동시에 남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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