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MBC 예능국의 한 PD가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신입 PD들이 롤모델로 삼는 게 나영석이 아니라 슬기로운 자취생활 같은 유튜브 채널이더라." 방송사 공채 출신 PD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벤치마킹하는 시대 — 이 한 문장이 지난 10년간 한국 미디어 지형이 어떻게 뒤집혔는지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한국 유튜브 생태계의 특이성은 규모보다 속도에 있다. 와이즈앱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 1위는 유튜브였고, 사용 시간은 카카오톡의 두 배를 넘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연령대별 격차가 아니라 세대 통합 현상이다. 10대는 쇼츠와 챌린지 밈을, 5060세대는 정치 시사 채널과 트로트·역사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두 집단 모두 압도적으로 유튜브에 머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패턴으로, TV 방송 문화가 강했던 한국 사회가 플랫폼 자체를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흡수했다는 뜻이다.
전통 방송사의 대응은 크게 세 갈래로 갈렸다. 첫째는 SBS의 '스브스뉴스', MBC의 '엠빅뉴스'처럼 사내에 별도 유튜브 전담 채널을 만든 경우다. 둘째는 나영석, 정종연 PD처럼 아예 방송사를 나와 콘텐츠랩 비보, 스튜디오 프리즘 같은 독립 제작사를 차려 유튜브·OTT를 동시에 겨냥한 경우다. 셋째는 지상파가 방영한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 클립을 유튜브에 무료로 풀어 트래픽을 끌어오는 '역주행' 전략인데, 실제로 무한도전 옛날 클립이나 놀면 뭐하니 짤방이 방영 당시보다 유튜브에서 더 큰 화제를 모으는 경우가 반복됐다.
여기서 논쟁적인 지점이 등장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자극적이고 짧은 콘텐츠를 우대하면서, 저널리즘의 기본 문법이 흔들렸다는 비판이다. 정치 유튜브 채널들의 구독자 수와 조회수가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을 넘어서는 사례가 늘었고, 이 과정에서 팩트체크보다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콘텐츠가 우선 노출된다는 지적이 언론학계에서 꾸준히 나온다. 반대로 유튜브 옹호론자들은 기존 방송사가 독점하던 의제 설정권이 분산된 것 자체가 민주적 진전이라고 주장한다. 어느 쪽이 맞든, 확실한 건 시청자가 '무엇을 볼지'를 편성표가 아니라 알고리즘과 자신의 클릭 이력이 결정하는 구조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점이다.
수익 구조의 변화도 크다. MCN(멀티채널네트워크) 산업이 2015년 전후 우후죽순 생겼다가 샌드박스, 다이아TV 등 소수 대형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됐고, 최근에는 크리에이터가 브랜드 광고보다 자체 이커머스·멤버십·라이브커머스로 수익 다변화를 꾀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이는 방송 광고 시장이 정체된 것과 정반대로, 개인 창작자 경제가 전통 미디어의 파이를 잠식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방송국 PD가 유튜브 채널을 참고 삼는다"는 말,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가? 그런데 이게 지금 한국 방송가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텔레비전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채널을 트는 것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원하는 콘텐츠만 골라 보는 게 당연해졌다. 그 중심에 유튜브가 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이 스마트폰에서 가장 오래 켜두는 앱이 유튜브이고, 사용 시간이 메신저 앱의 두 배가 넘는다.
재밌는 건 이게 특정 나이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초등학생은 쇼츠와 챌린지 영상을, 할머니 할아버지는 시사·역사 채널을 본다. 세대마다 보는 콘텐츠는 다르지만, 다 같이 유튜브에 모여 있다는 게 특이한 지점이다.
방송사도 손 놓고 있지 않았다. SBS는 '스브스뉴스', MBC는 '엠빅뉴스' 같은 유튜브 전용 채널을 따로 만들어 뉴스를 짧고 재밌게 편집해서 올린다. 유명 PD들은 아예 방송사를 나와 자기 제작사를 차리고 유튜브·넷플릭스용 콘텐츠를 직접 만든다. 나영석 PD가 대표적인 예다. 예전 예능 프로그램의 옛날 클립이 유튜브에서 방영 당시보다 더 큰 화제가 되는 '역주행' 현상도 자주 일어난다.
물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자극적이고 짧은 영상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경향이 있어서, 차분하고 깊이 있는 뉴스보다 선정적인 콘텐츠가 먼저 눈에 띈다는 비판이 있다. 정치 유튜브 채널 중에는 한쪽 입장만 반복해서 보여주는 곳도 많아, 균형 잡힌 정보를 얻기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좋은 점도 분명하다. 예전에는 방송사 몇 곳이 "무엇이 중요한 뉴스인가"를 정했다면, 지금은 개인 크리에이터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결국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방송국과 개인 창작자가 같은 링 위에서 경쟁하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여러분, 예전에는 텔레비전을 볼 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채널만 볼 수 있었어요. 저녁 7시에 만화가 하면 그 시간에만 봐야 했죠. 지금은 어때요? 보고 싶을 때 아무 때나, 보고 싶은 영상만 골라서 볼 수 있어요. 그걸 가능하게 해준 게 바로 유튜브예요.
유튜브는 마치 커다란 도서관 같아요. 그런데 이 도서관은 책 대신 영상으로 가득 차 있고, 사서 대신 '알고리즘'이라는 똑똑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너는 이런 영상을 좋아할 것 같아"라며 골라줘요. 여러분이 강아지 영상을 자주 보면, 다음에는 강아지 영상을 더 많이 보여주는 식이에요.
재미있는 건, 텔레비전 방송국들도 이제 유튜브를 열심히 한다는 거예요. 뉴스 방송국들은 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는 짧고 재밌는 뉴스 채널을 따로 만들었어요.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던 아저씨들도 방송국을 나와서 자기만의 회사를 차리고 유튜브 영상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어요.
옛날에 방송했던 재밌는 장면이 몇 년 뒤 유튜브에서 다시 큰 인기를 끄는 일도 자주 있어요. 이런 걸 '역주행'이라고 불러요. 마치 예전에 유행이 지난 노래가 갑자기 다시 인기를 끄는 것과 비슷해요.
하지만 조심할 점도 있어요. 알고리즘은 자극적이고 재미있어 보이는 영상을 먼저 보여주는 경향이 있어서, 가끔은 진짜로 중요하고 정확한 정보보다 자극적인 영상만 계속 보게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유튜브를 볼 때도 "이 영상이 정말 맞는 이야기일까?"라고 한 번쯤 생각해보는 습관이 필요해요.
결국 유튜브는 우리가 세상을 보는 창문을 텔레비전 하나에서 수백만 개로 늘려준 셈이에요. 창문이 많아진 만큼, 어떤 창문을 열지는 우리가 더 신중하게 골라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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