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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도심 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 딜레마

Urban Regeneration and Gentrification in Seoul's Historic Districts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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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서촌의 한 골목 빈대떡집 사장님은 임대료가 3년 새 두 배로 뛰자 결국 40년 만에 가게 문을 닫았다. 그 자리엔 지금 수제 마카롱을 파는 카페가 들어서 있다. 서울 구도심 재생 사업이 남긴 풍경은 이렇게 역설적이다 — 낙후된 동네를 살리자고 시작한 정책이, 정작 그 동네를 지키던 사람들을 몰아내는 결과로 이어진다.

재생사업의 시작

서울시는 2014년 '도시재생 선도지역' 사업을 시작하며 창신·숭인동, 해방촌, 성수동 등을 1호 대상지로 지정했다. 철거 후 재개발이 아니라 기존 골목과 건물을 살리면서 주거·상업 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창신동은 봉제공장 밀집지라는 특성을 살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을 만들고 골목 정비에 예산을 투입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상권이 뜨면 사람이 떠난다

성수동은 2010년대 초만 해도 낡은 인쇄소·수제화 공장이 늘어선 준공업지역이었다. 그런데 카페와 편집숍이 하나둘 들어서며 '핫플레이스'로 소문나자 상황이 바뀌었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성수동 일부 구간 상가 임대료는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3.3㎡당 월 10만 원대에서 20만 원대로 뛰었다. 원래 있던 수제화 공방과 공업사들은 하나둘 문래동이나 인천 쪽으로 밀려났다. 서촌, 을지로, 익선동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 익선동 한옥거리는 2017년 전후로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오래 살던 주민 상당수가 떠났고, 지금은 관광객을 상대로 한 카페와 소품샵이 거리를 채우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

이 현상을 가리키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원래 1964년 영국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런던의 노동자 계급 동네에 중산층이 유입되며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을 설명하며 만든 말이다. 서울식 젠트리피케이션은 여기에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특징이 더해진다. 살던 사람이 아니라 장사하던 사람이 쫓겨나는 방식이다. 임대료를 감당 못 해 떠나는 자영업자를 가리켜 '둥지 내몰림'이라는 표현도 쓰인다.

정책적 대응과 한계

서울시는 2015년 '장기안심상가' 제도와 2018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계약갱신요구권 10년 보장)으로 대응에 나섰다. 성수동, 서촌 일부는 건물주·임차인·지자체가 임대료 인상률을 협약으로 제한하는 '상생협약'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다 보니 협약 종료 후 임대료가 다시 뛰는 사례가 반복됐다. 2023년 국토연구원 보고서는 이런 자율협약 방식이 "단기적 완충 효과는 있으나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남은 딜레마

역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재생사업으로 동네가 활기를 띠지 못하면 "예산만 쓰고 효과 없다"는 비판을 받고, 활기를 띠면 "원주민을 내쫓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서울시가 최근 후속 사업에서 상가 총량을 제한하거나 공공이 직접 상가를 매입해 저렴하게 임대하는 '앵커시설' 방식을 시도하는 것도 이 딜레마에서 나온 고육책이다. 도시가 낡은 채로 방치되는 것도, 뜨자마자 원주민이 밀려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만 있을 뿐, 아직 뚜렷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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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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